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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만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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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박만순 朴萬順
출처정보 조선창극사(서울:조선일보사출판부) 朝鮮唱劇史(京城:朝鮮日報社出版部)
필    자 정노식 魚鳥同室主人
연    도 1941 昭和十五年
연    수 56 五六
인물
朴萬順 「東便」
朴萬順은 全羅北道 古阜郡 水金里에서 生長하여 中間에 雲峰 또는 慶尙道安義에 가서 一時 居한일이 있었고 亨年이 六十八歲었다.
憲哲高三代間에 있어서 一世를 振動한 名唱인데 宋興祿의 衣鉢을 받은 直系門人으로서 東派의 首領이요 宋牟廉高朴申金 世所謂 八名唱以後 近代 唱劇調의 出衆한 大家이다. 그劇唱의 天才를 擴充發揮코자하여 一時 朱德基의 手下에서 指導를 받아가 後에 宋興祿의 門下에 들어가서 約十年동안을 專攻하였다 그동안 修鍊의 辛苦한바 非常하였었다 그師의 實際的 手法을 見聞하기爲하여 書夜없이 陪從하느라고 霜橋月店에 風餐露宿을 항다반 하였고 或은 任實郡 어느 瀑布下에 가서 聲音의 手鍊을 積工하느라고 피도 多量으로 吐하였거니와 畢竟은 聲量이 人語難分咫尺間에서 聲出千峰萬壑間境遇에 到達하였다. 宋氏의 手下에서 特히 春香歌中 獄中歌一篇을 積工한後 出世間 第一着으로 全州宣化堂에서 第一聲을 發하였다 筆者 일즉 李石亭先生에게 드른 談話를 追憶하면 이러하다.
때는 五六月夏節인데 宣化堂과 距離가 數마장인 自己의 書堂에서 듣는데 萬籟 嶺寐한 달밤에 그 외치는 목소리가 堂前 溪水邊에 툭툭 떨어 젔었다 한다. 생각컨대 千古有名한 希臘時代의 雄辯家 데모스데네스의 聲量도 이에 지나지 못하리라. 朴氏 性格이 傲漫한데 兼하여 技藝가 卓出하므로 그自負와 自慢이 一世를 睨視하였다 한다. 白眼看他世上人은 自己의 心境을 描寫한 詩로 알았는지 모른다. 自己 스스로 興味가 나지아니하면 笞杖을 죽도록 마져가면서도 權勢의 威力에 不服하였고 그自高的 操守가 買技的行爲를 不屑히여기므로 到處에 萬人의 稱譽를 받는 同時에 一方으로는 多數人의 憎惡도 퍽 많이 받았다 한다. 例로 한 이야기를 들어 말하면 한번은 李朝大院君의 불음을 받고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오는데 歷路가 忠淸이라 時任監使 趙秉植이가 불러서 판소리 한번 하기를 命하였다. 朴氏「大院君께서 소리를 封하여가지고 오라고 하셨으니 소리봉지를 뗄 수가 없다고」拒絶하였다. 兩班의 勢力만 믿고 生殺與奪을 任意로하는 그時代에 있어서 趙氏 粗暴하기로 有名하여 北村베락의 別號까지 얻은 사람이 아니냐 이趙氏로도 大院君의 勢道的威力下에는 一介賤人 광대 朴萬順을 어찌하지 못하였다. 朴의 驕慢이 甚하거니와 藝術家의 本色일런지 모른다. 朴은 그길로 올라와서 大院君에게서 數朔留連하다가 歸家할 時에 미처서 上京途中에 趙氏의 請을 拒絶한 顚末을 告하고 돌아가면 반드시 趙氏에게 被殺함을 免치못할것이라고 그生命의 救하여주기를 乞願하였다. 大院君은 드른 후에 趙監使에게 一封書簡을 躬往袖致하도록 命하였다. 「一言以蔽之하고 朴某의 所爲는 죽여 마땅하니 任意措處하되 다만 그絶世的唱劇調를 한번 듣고 죽임이 可하다」는 書意이었다. 이것은 그 소리로 보아서 죽이지 말라는 뜻인줄 알고 趙氏는 드디어 寛之하고 그唱을 한바탕 시키었다. 朴은 死에서 更生한 歡喜의 所致이었던지 心力을 다하여 그技藝를 發揮한 結果 도리어 趙氏에게 愛護를 받았다 한다.
筆者 일즉 故鄕에서 鄕父老에게 朴이 故鄕某家에서 約一個月間이나 留連하면서 그의請으로 李捺致 丁昌業 張子伯等 여러 名唱을 招來하여 宴會 唱劇으로 迭蕩하게 논 때가 있었는데 그當時 光景을 實際로 본 談話를 記述하면 이러하다. 「朴은 果然 絶世的 名唱이었다고 한다. 聲音은 陽聲이고 唱調는 羽調를 主張하여 판을 짜는데 唱去唱來 有時乎 全力을 다하여서 한번 내지르면 그細細通上聲이 宛然히 半空에서 떨어저 나려오는 듯하고 그各樣各色의 妙技는 사람을 昏醉케하며 그 힘있고 맑고 아름다운 聲音! 그 점잔하고도 구수하게 꾸미는 形容動作! 그光景을 實際에 듣고 보는 사람이 듣고 보고 느껴서 스스로 愉快함을 얻을 뿐이지 말로는 形容하여 表示할수가 없다고 한다 몸은 倭短하고 머리는 後頭盖骨이 툭 내미러서 面貌와 體格으로는 風神이 퍽 초라하였다 紗笠 錦衣의 倡優的色彩가 없고 언제던지 峨冠博帶가 그의 服色이고 言語行動은 彷彿히 儒家의 氣風이 있었다 이러한 貌樣으로 앉아서 各名唱들의 唱劇을 거기가 이러니저러니 그 대목은 잘하느니 못하느니 先生이 學生을 訓導하듯이 批評만 한다 大巫之前小巫不敢搖鈴으로 다른 광대는 그 앞에서 任情任意로 唱劇을 하지 못하되 獨李捺致는 不關하고 自由自在로 自家의 特色을 發揮하였다고 한다」 眼目이 높은 先輩 어찌 나를 속였으랴.
大院君이 寵愛하여 中年에 武科 先達의 職階를 시키었었다.
氏의 長技로는 春香歌 中 사랑歌 獄中歌 赤壁歌 中 華容道 其他 여러 가지가 있다 枚擧치못하거니와 그 더늠으로 하나를 들면 獄中歌 中 春香夢遊歌인데
「답답하고 원통하다 날 살일이 뉘 있을리 서울계신 우리낭군 베살길로 나려와서 내 목숨을 못 살인가 애고애고 내일이야 머리를 부디치며 설이 울다가 홀연이 잠이 들었던지 非夢似夢間에 莊周가 蝴蝶되고 胡蝶이 莊周되어 실 같이 남은 魂이 바람인 듯 구름인 듯 한곳을 당도하니 天空地濶하고 山明水麗한데 隱隱한 竹林속에 一層畵閣이 半空에 잠겨서라 春香의 꿈魂이 枕上片時에 萬里 瀟湘江을 가던 것이었다. 전면을 살펴보니 검은 현판에 黃金額字로 「萬古貞烈黃陵廟」라 뚜렸이 씨어있다. 심신이 황홀하여 홀로 徘徊할적에 문득 소복 입은 차환 한 쌍이 나오는데 晋洲妓生 論介 平壤妓生 月仙이라.
등롱을 들고 춘향앞에 읍하고 서며
「朗娘께서 낭자를 청하시니 이리 오옵소서」하고 앞길을 인도한다. 춘향이 뒤를 따라 내당으로 들어가서 당상을 바라보니 촛불을 輝煌한 곳에 소복 입은 두 부인이 玉手를 넌짓 들어 오르기를 청한다.
춘향이 공순히 읍하고「塵世賤人이 어찌 감히 尊嚴한 座席에 오르리이까」하고 사양한즉 부인이 기특이 여겨 再三 請하거늘 사양치 못하여 올라가서 두 부인께 공손이 再拜하고 자리에 앉은즉 이상한 향기 진동하여 정신이 황홀 하여진다.
두부인이 말씀하되
「네가 春香인가 기특하고 얌전하도다 조선이 자고로 례의지방이라 충의와 열행이 갸륵한줄을 알거니와 네가 저대도록 갸륵하니 瀟湘萬里에 꿈길도 멀거니와 한번 보고 싶어 어진 사람으로 수고를 시켰으니 심히 불안하도다」
春香이 엿자오되「妾이 비록 배운바 없사오나 일즉 古書를 보아 분인의 사적을 寤寐 사모하옵더니 오늘날 이렇듯 대하오니 餘恨이 없나이다」
두부인은 춘향을 보며
「네가 나를 안다하니 내의 말을 드러봐라 우리聖君 大舜氏 南巡하시다가 蒼梧山에 崩하시니 속절없는 이 두몸이 瀟湘죽엄의 피눈물을 뿌려노니 소상江 대수풀이 가지마다 아롱아롱 잎잎마다 원혼이라 蒼梧山崩湘水絶이라야 竹上之淚乃可滅을 千秋의 깊은 한을 호소할 곳 없었더니 네 절행이 기특키로 너를 보고 말이로다 송건幾千年의 청백은 어느 때며 五絃琴南風詩를 이제까지 傳하더냐」말이 마치지못하여 좌우에 앉은 부인들이 일시에 일어나 읍한다.
부인이 옥패를 넌짓들어 左右를 가르치며
「여기 모인 여러 부인을 네 아마도 모모리라 이는 大姙이요 이는 一太娰요 이는 太姜이요 이는 孟姜이라」
말이 마치 못하여 南壁에서 어떠한 부인이 추추히 울고나와 춘향의 등을 어루만지며
「네가 춘향이냐 갸륵하고 기특하다 네가 나를 모로리라 나는 秦樓明月王簫聲에 化仙하던 弄玉이다 簫史의 안해로서 秦華山 離別後의 乘龍飛去 恨이 되어 玉퉁소로 怨을 풀제 曲終飛去不知處에 山下碧桃春自開는 나를 두고 이름이라」
말이 마치 못하여 동벽에서 어떤 美人이 단정히 들어오며 춘향의 손을 덤벅 잡고
「여보게 춘향이 자네 나를 어찌 알리 十斛明珠로 사던 石崇의 소애 綠珠로서 불측한 趙王倫은 나와 무슨 원수런고 樓前却似紛紜雪하니 正時花飛玉碎時라 落花猶似墮樓人은 나의 寃魂 그 아닌가」
말이 마치 못하여 또 한 부인이 나와 말씀하되
「네가 나를 모로리라 나는 漢宮女 昭君일다 胡地에 오거하니 一坏靑塚뿐이로다 馬上琵琶 한 곡조에 畵圖省識春風面이오 環珮空歸月夜魂이라 어찌 아니 원통하랴」
한참 이러할 제 음풍이 일어나고 찬 기운이 소삽하며 촛불이 벌렁벌렁 휘휘처 툭꺼지며 앞에 무엇이 덜컥 달려들거늘 춘향이 놀래어 살펴보니 사람도 아니오 귀신도 아닌데 의의한 가운대 처량한 울음소리만 낭자하며
「여보아라 춘향아 네가 나를 모로리라 나는 뉜고하니 漢高祖의 안해 戚夫人이로다 우리 皇帝 龍飛後의 呂后의 독한손이 趙王如意 鴆殺하고 내의手足 끊은 후에 두 귀에다 불지르고 두눈 빼고 瘖藥먹여 人彘라 이름하여 측간 속에 잡아넣었으니 千秋의 깊은 恨을 어느 때나 풀어보랴 호소할 곳 없었더니 너를 보고 이 말이라」하는 말이 끊지매 음풍이 일고 우는소리 멀어가며 촛불이 밝아진다.
이리할 제 상군부인 말씀하되 이곳이라 하는 데가 幽明이 路殊하고 항오재별하니 오래 유치 못할지라 할 새 춘향이 하직하고 一步一步 나올 적의 東方 蟋蟀聲은 시르르 一雙蝴蝶은 펄펄 깜짝 놀라 잠을 깨니 遠村에 닭이 울고 鐘閣에 파루난 뎅뎅 전신에 땀이 쪽흘넜다.「꿈도 이상하도다」 云云 宋萬甲 全道成 丁貞烈 倣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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